수험생 패소판결…현행 수능 등급은 효력 유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 출제 오류 논란과 관련해 법원이 출제 오류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반정우)는 천모씨 등 수험생 59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수능 세계지리 8번 문제에 출제 오류가 없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행 수능 등급 결정 효력이 유지된다.
이날 선고가 있기까지 수험생과 평가원 측은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여 왔다. 수험생 측은 앞선 재판에서 “유럽 경제위기로 관련 기사가 많다 보니 최신 통계를 알고 있는 학생이 많았는데 교과서대로 푼 학생들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수험생 측은 “이의신청까지 해서 정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수시모집이 결정 났으니 억울하지만 참으라고 하는 평가원 측의 입장은 잘못됐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수험생 측은 또 “평가원의 슈퍼컴퓨터로 수능 성적을 재산정하는 데 불과 몇 시간밖에 안 걸리고 수험표를 제작해 발송하는 데는 2~3일이면 된다”면서 “평가원은 이미 2008년 문제 오류를 받아들여 일괄적으로 성적을 정정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1000여명이 등급 상향 조정의 수혜를 받았고 일부 상대 점수가 떨어진 학생에 대해선 등급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평가원 측은 “객관식 문제는 정답이 분명 하나는 있어야 하고 다른 지문까지 종합 검토해 틀린 지문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것은 2번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평가원 측은 또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 내용을 기준으로 답안을 작성한 학생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으면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이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평가원 측은 “일부 수험생들의 원점수가 바뀌게 되면 세계지리를 선택한 전체 수험생의 백분위와 표준점수가 바뀌게 된다”며 “이로 인해 큰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합격 발표가 난 수시 수험생들의 결과도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수능에서 세계지리를 선택한 수험생은 2만 8775명에 이른다.
수험생 38명은 지난달 평가원이 세계지리 8번 문항에서 ‘유럽연합(EU)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 ㉢이 맞는 설명이라고 보고 수능 등급을 매기자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다며 등급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 정지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이날 천씨 등 38명이 제기한 소송과 이후에 강모씨 등 21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소송을 함께 선고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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