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금전거래 정황, 문형표·이재용 혐의 적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1호 기소’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혐의에서는 삼성 계열사 합병 찬성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래’ 의혹이 상당히 짙게 드러난다.특검팀이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문 전 장관은 2015년 6월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잘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 지시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 등을 통해 이뤄졌다.
문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들을 시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담당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당시 삼성 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 의사결정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합병 찬성 안건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내부 직원으로만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하게 지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마무리를 위해 박 대통령에게 합병 찬성을 청탁하고,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측에 뇌물을 건넸다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이 경제적 이익 등을 공유하는 관계라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특검팀이 판단한 뇌물공여 혐의 액수는 약 430억원이다.
최씨의 독일 법인인 비덱스포츠(코레스포츠의 후신)와 삼성이 맺은 계약, 최씨 및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지배한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지원한 것, 미르·K스포츠 재단에 삼성이 출연한 돈이 모두 포함됐다.
이전까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과 ‘삼성의 최순실 씨 측 지원’은 각기 별개의 의혹으로 전개됐으나 특검의 수사를 통해 ‘하나의 점’에서 만나는 모습이다. 두 갈래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박 대통령인 셈이다.
특검팀은 기존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기소된 부분을 포함해 모든 의혹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뒤에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