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체계 개편 공약 내용 미정 “3년간 재정 투자 헛수고 우려”
“대학들은 지난 3년간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무리해서 비용을 투자하고 구조개혁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구조개혁평가 재검토를 언급해 온 터라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될까 걱정됩니다. 이번에는 10년지대계라도 세웠으면 좋겠어요.”-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지난 정부에서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양적 기준에 맞춰 투자를 늘려 온 대학들이 문재인 정부의 대폭 수정 기조에 당황해하고 있다. 자칫 그동안의 투자가 헛돈이 될 수도 있는데다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투자를 시작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은 대학별 특성에 맞는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다. 지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은 대학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사업지표로 획일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새 정부는 국립대학 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학들이 주력 학문을 특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율적 혁신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문제는 대학들이 이미 현재 획일적 대학구조개혁안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점이다. 3년 주기로 교육여건, 학사관리, 학생지원, 교육성과, 중장기발전계획, 교육과정, 특성화 등 7개 영역의 100개 지표를 만들고 대학을 평가해 A부터 E까지 등급을 매긴다. D·E등급은 정원을 감축하고 재정 지원 및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받는다.
대전의 한 대학 관계자는 “2015년 D등급을 받은 뒤 평가 지표인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며 “그러나 평가 지표가 전면 개편되면 헛돈을 쓴 게 된다”며 답답해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정부가 교육 정책을 실시할 때 3년 전에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준비기간을 주는데 우리는 1년, 심지어 몇 개월 전에 평가 기준을 내놓는다”며 “지금까지 해온 사업들이 하루 아침에 폐기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의 한 대학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으려 대학들이 춤을 추며 정부의 입맛만 맞췄지, 학생들은 줄어드는데 진짜 혁신 방안을 내놓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개혁안은 정부가 바뀌어도 유지되도록 신중하게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7-05-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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