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냐 ‘性 딜레마’ 10년 만에 임시 봉합

세메냐 ‘性 딜레마’ 10년 만에 임시 봉합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19-07-31 22:44
수정 2019-08-0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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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호르몬 낮춰야 800m 출전 가능”

스위스 연방법원 가처분 결정 내려
세메냐 “나는 여자… 끝까지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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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 세메냐. AP 연합뉴스
캐스터 세메냐.
AP 연합뉴스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다(국제육상경기연맹).” “누가 뭐래도 나는 여자다(세메냐).”

세메냐의 성별을 둘러싸고 10년 넘게 이어진 논란이 법의 판단으로 임시 봉합됐다. AP통신은 스위스 연방법원이 “세메냐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약물 투여 등으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춰야 육상 800m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고 31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세메냐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나는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 여자 선수의 인권을 위해 싸우겠다”고 반박했다.

핵심은 ‘세메냐는 여성인가’라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사실 국제육상연맹은 이 문제에 대해 수차례 결정을 바꾸면서 논란을 키웠다. 발단은 2009년 독일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였다. 세메냐가 여자 800m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신체 외관으로 볼 때 영락없는 남성이었다. 근육질에 수염까지 났다.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국제육상경기연맹이 특별의료조사반을 통해 검사를 해 ‘세메냐는 여성’이라고 발표했다.

그랬던 국제육상경기연맹이 2018년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여성 선수들의 출전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역시 국제육상경기연맹의 결정을 지지하자 세메냐는 법적 공방을 전개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지난 6월 4일만 해도 “재판이 끝나기 전 세메냐는 현 상태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권리가 있다”고 해석했지만 56일 만에 “세메냐는 신체적으로 남성”이라는 국제육상경기연맹의 손을 들어줬다.

세메냐는 당장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약물 투여를 하지 않는 한 9월 27일 개막하는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 종목인 800m에 출전할 수 없다. 하지만 세메냐는 “절대 약물 투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내년 초부터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지 않아도 뛸 수 있는 여자 3000m 경기에 출전하면서 법정 투쟁을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9-08-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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