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한 달, 이게 아쉬웠다
25일로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을 맞는다. 새 정부도 역대 어느 정권처럼 호된 신고식을 피해가지 못했다. 51일 만에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문제와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잇따른 자진 사퇴 등 인사파문이 겹치면서 국정 표류의 양상은 더욱 심각했다는 평이다.첫 여성 대통령의 패션… 현안 따라 색깔 차별화
박근혜 대통령은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취임 한 달 동안 다양한 패션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취임식 직후 외교사절 접견과 3·1절 기념식에서는 짙은 회색에 검은색이 살짝 가미된 옷을 입었으며(왼쪽에서 첫 번째),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화사한 느낌을 주는 밝은 오렌지색 톤의 옷을 입었다(두 번째). 취임식 날 외교사절 만찬에서는 전통의 품격이 돋보이는 붉은색의 한복으로 단장했고(세 번째) 국가조찬기도회 때는 진한 초록색 옷을 입었으며(네 번째), 3군 합동 장교 임관식에서는 국방색의 외투를 착용해 국군 통수권자로서 강인한 인상을 심었다(다섯 번째). 정부조직법과 관련한 긴급 대국민 담화발표 때에는 단호한 의지를 표현하듯 짙은 감색 옷을 착용했으며(여섯 번째) 초등학교 방문 때는 부드러운 회색에 연보라색이 가미된 옷을 입었다(일곱 번째).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한 첫 업무보고 때는 파격적 느낌의 순백색 상의를 입었고(여덟 번째), 농협하나로클럽 방문 시에는 밝은 노란색 외투를 착용했다(아홉 번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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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고위직 인선이 검증 미비와 부실 인선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새 정부 초기 동력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많다. 박 대통령이 소위 친박 인사 등의 정치인 기용은 가급적 피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나 내부 관료를 중용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조직 안정을 꾀한 것은 긍정적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하지만 보안을 중시한 박 대통령이 ‘나홀로 인선’에 치중하다 보니 검증 자체가 부실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청와대에 허태열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가동했지만 대통령 의중 살피기에 무게가 실린 분위기다. 소신을 갖고 보좌해야 할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여당은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일각에서는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등장과 남성 참모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소통 문제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취임 직전 지명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제외하고도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와 김학의 법무부차관 내정자 등 5명이 줄줄이 자진 사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형준 명지대교수는 “국정 공백의 첫 번째 원인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이라며 “국민이 대통령의 인사에 감동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할 경우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인사’는 결과적으로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탕평’ 원칙도 충족하지 못하고 소통 부재와 수첩 인사라는 불명예스러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 자체에 커다란 문제점만 부각시킨 상황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 대공황을 극복했듯 박 대통령도 국민과의 대화나 국가지도자 연석회의 등을 정례화하는 등 국민 소통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과도한 민간 부문 개입, ‘정부 만능주의’와 ‘정책 지상주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선거공약을 일방적, 절대적으로 고수하지 않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며 국정운영에서 대화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2013-03-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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