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아시아 전략 사실상 수용… ‘日 군사대국화’ 우려 불식 절충안

美 동아시아 전략 사실상 수용… ‘日 군사대국화’ 우려 불식 절충안

입력 2013-10-28 00:00
수정 2013-10-2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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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위대 한반도 출동시 한국 동의’ 첫 공식 입장 안팎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제한적 용인’ 입장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거스르기 힘들다는 현실과 일본 군사대국화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절충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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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육상자위대 사열하는 아베
日 육상자위대 사열하는 아베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가 27일 수도 도쿄 북부의 아사카 자위대 주둔지에서 군용차를 타고 자위대원들을 사열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신경전을 의식한 아베 총리는 이날 훈시에서 “(중국의)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은 일본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전날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일본이 중국 무인기를 격추할 경우 전쟁 행위로 간주해 반격하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아사카 AP 연합뉴스


김장수 귀국
김장수 귀국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7일 3박4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일각에서는 일본의 군사력을 키워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이 견고해진 상황에서 미·일 간의 군사적 현안에 대해 한국이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반면 일본에 침략당한 역사에다 아직까지 일본이 진정한 참회를 하지 않는 데 대한 국민 반감이 크다는 점 때문에 한국 정부는 그동안 집단적자위권에 대한 입장을 선뜻 표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이 같은 국민적 반감과 불안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도 충족시키는 절충안을 집중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즉 ‘집단적자위권을 용인하되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출동하는 경우는 반드시 한국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공식 입장으로 정한 셈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집단적자위권 제한적 용인 입장을 밝힌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부의 ‘자위대의 한반도 출동 시 사전 한국 동의 의무화’ 요구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앞으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미·일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될 때 어떤 수위로 한국의 요구가 반영될지 주목된다.

어쨌든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에 대한 한국의 동의를 사실상 얻어냄으로써 ‘중국 봉쇄’를 위한 큰 골격을 완성한 셈이다. 앞서 미국은 최근 한국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에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유사시 중국 턱밑에서 군사력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동북아시아는 ‘한·미·일 대 북·중’의 신(新)냉전구도로 치달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설정을 놓고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또 자칫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의 종속변수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된다.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로 반일 감정이 악화일로에 있는 것도 한국 정부의 부담이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용인했다는 사실 자체로 국민 여론이 악화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이 동북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경우 그에 대한 한국 국민의 경계심이 반미 감정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10-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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