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여왕 밝아진 소치

돌아온 여왕 밝아진 소치

입력 2013-12-07 00:00
수정 2013-12-0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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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쇼트 프로그램 73.37점

부상도 ‘피겨 여왕’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발등 부상에서 회복한 김연아(23)가 2013~14시즌 첫 무대이자 내년 소치동계올림픽 마지막 리허설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였다.

피겨 여왕의 애절함
피겨 여왕의 애절함 김연아가 6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배경음악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의 선율에 맞춰 애절한 표정으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김연아가 입은 올리브 그린색의 긴소매 드레스는 조명을 받으면 겨자색에 가까운 진한 노란색처럼 보인다.
자그레브 연합뉴스
김연아는 6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8.37점과 예술점수(PCS) 35.00점을 합쳐 73.37점을 받았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역대 최고점(78.50점)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 3월 세계선수권에서 획득한 69.97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동갑내기 맞수 아사다 마오(일본)가 지난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기록한 올 시즌 쇼트 최고점(73.18점)도 갈아치웠다.

부상으로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을 포기한 김연아는 떨어진 실전 감각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 아사다가 지난 7월 일찌감치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두 달 전부터 그랑프리 시리즈에 나서 감각을 키웠던 것과 달리 김연아는 이번 대회가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갖는 처음이자 마지막 리허설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물 흐르는 듯한 연기와 탁월한 점프로 차례차례 과제를 소화하며 피겨 여왕의 위용을 또 한번 과시했다.

전날 순서 추첨에서 24명의 선수 중 15번을 뽑은 김연아는 3그룹 세 번째 선수로 무대에 등장했다.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의 삽입곡인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Send in the Clowns)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 과제이자 가장 난도가 높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키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김연아는 다음 과제 트리플 플립도 가볍게 뛰었고, 플라잉 카멜스핀도 깔끔하게 성공했다. 더블악셀 착지는 약간 불안했지만, 레이벡 스핀과 스텝 시퀀스를 거쳐 절정에 들어갔고, 마지막 과제인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를 마무리했다.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피겨 여왕의 올 시즌 첫 출전을 환영했고, 김연아는 정중한 인사로 답했다.

이날 김연아는 조명을 받으면 겨자색으로 보이는 오묘한 올리브 그린색으로 긴소매 드레스의 색상을 통일했다. 실연의 아픔과 청춘을 향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녹인 프로그램인 만큼 독특한 포인트를 주기보다는 차분한 느낌의 의상을 선택한 것. 미국의 유명 뮤지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이 만든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는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중년이 된 여배우가 과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에게 인생을 맡기기로 결심하고 고백했으나 거절당한 뒤 부른 곡. 김연아는 프로그램 내내 그리움과 애절함이 담긴 연기를 선보이며 우수 어린 이 곡과 하나가 됐다.

7일 오후 10시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하는 김연아는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곡 ‘아디오스 노니뇨’(Adios Nonino)를 배경 음악으로 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3-12-0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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